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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할머니와 상우 관련 사진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해에 개봉한 이정향 감독의 작품으로, 도시에서 자란 손자가 시골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감성 드라마입니다. 유승호와 비전문 배우 김을분이 주연을 맡았으며, 잔잔한 서사와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1. 딸이 데려온 손자를 맡게 된 할머니의 마음

 나는 그저 조용히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 딸이 손자를 데려왔어.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잠깐만 맡아 달란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지. 그런데 속으로는 좀 걱정이 됐어. 나는 글도 모르고, 말도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닌데, 이 도시서 큰 아가 나랑 같이 지내면서 많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었어. 처음엔 이놈이 참 버릇이 없더라고. 말도 막 하고, 밥도 안 먹고, 집이 불편하다 어쩐다 투덜대기만 했어. 나는 그저 말없이 밥 차려 주고, 씻을 물 데워 놓고, 밤새 뒤척이면 이불만 살짝 덮어 줄 뿐이었지. 그래도 손자가 원하는 게 있으면 해주고 싶었고, 불편한 거 있으면 어떻게든 맞춰주고 싶었어. 닭을 잡아달란 말에 무서웠지만, 그래도 손자가 먹고 싶다 하니 해주고 싶었어. 이놈이 나랑 있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지.

 그러다 보니 시간이 좀 지나면서 이놈도 달라졌어. 나한테 짜증만 내던 놈이 어느새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고, 이것저것 도와주기도 하고, 말은 없어도 전처럼 차갑지는 않더라고. 그런 모습이 나는 참 좋았어. 허지만 그 행복이 오래가진 않더라고. 다시 엄마가 데리러 올 날이 왔어. 나는 마지막까지 그냥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론 자꾸 서운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었어. 떠나고 나면 이놈이 나를 기억이나 해줄까 싶었어. 글을 몰라서 편지는 못 써도, 그림으로라도 내 마음을 남겨주고 싶었지. 나는 말이 없지만, 마음만은 항상 손자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저 이놈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언젠가 나를 다시 찾아와 준다면 그거면 됐다, 그거면 나는 참말로 행복할 것 같고 많이 보고 싶을 거 같아

 
 
 
 
 
 

 

2. 친정엄마에게 아들을 맡긴 엄마의 마음

 아들을 외할머니께 맡기고 돌아서는 순간, 제 마음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습니다. 상우를 혼자 두고 가야 한다는 죄책감이 컸고, 과연 이 아이가 시골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지금,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할머니뿐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엄마로서 아이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상우는 도시에서 자라 편리한 환경에 익숙한 아이였기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시골집에서 얼마나 답답해할지, 할머니와 소통이 되지 않아 얼마나 외로워할지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았습니다. 비록 할머니가 말이 없고 표현이 서툴지만, 그 누구보다 깊고 따뜻한 사랑으로 손자를 돌봐 주실 거라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상우가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소중한 것을 배우고 성장하길 바랐습니다.

 아이를 두고 돌아오는 길, 끝없이 뒤를 돌아보며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상우가 문 앞에 서서 저를 찾진 않을까, 금방이라도 울면서 따라오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저는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이 시간이 상우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깨닫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3. 도시에서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상우의 마음

 처음 시골 외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진짜 너무 짜증 났다. 엄마가 갑자기 나를 두고 가버린 것도 화나는데, 집은 엉망이고, TV도 없고, 게임도 못 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밤에는 깜깜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할머니는 말도 없고, 내가 뭐라고 해도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다. 대답이라도 해주면 덜 답답할 텐데,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더 짜증이 났다. 그래서 더 일부러 장난도 치고, 떼도 부리고, 할머니가 해준 밥도 안 먹었다. 그냥 빨리 엄마가 날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버티려고 했다.

 근데 할머니랑 지내다 보니까 좀 달라졌다. 할머니는 말은 없지만, 항상 나를 챙겨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사러 먼 길을 다녀오고, 아플 때는 밤새 옆에서 지켜봐 주고, 내 신발도 고쳐주고, 다 해줬다. 닭 잡아달라고 했을 때는 겁내면서도 결국 해주려고 했고, 그때 처음으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가 나한테 해준 걸 하나씩 떠올려 보니까, 나만 막 투정 부리고 나쁜 손자였던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말이 없는 거지, 할머니도 나를 엄청 아껴주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언제부턴가 이제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올 날이 가까워지니까 기분이 묘해졌다. 처음엔 도시로 빨리 가고 싶었는데, 막상 떠날 때가 되니까 할머니랑 헤어지는 게 싫었다. 근데 또 그걸 말로 할 순 없어서 괜히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근데 할머니가 마지막에 편지를 줬다. 글을 못 쓰시니까 그림으로 나한테 마음을 전한 거였다. 그걸 보는데 뭔가 울컥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났다. 다시 돌아가서 할머니한테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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