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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김봉두 차승원 관련 사진

 

1. 검정고시생이 말하는 스승의 은혜

나는 지금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지도 오래됐고, 스스로 ‘공부’라는 걸 다시 시작한 지는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솔직히 학교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았다. 학교가 싫어서 나온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누구도 내 손을 꽉 잡아준 적은 없었기에, 그때의 나는 너무 작고 외로웠다.

그런 내가 영화 **『선생 김봉두』**를 봤다. 처음엔 그냥 웃기고 유쾌한 시골 코미디 영화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마음 깊은 곳에서 묵직한 울림이 올라왔다.

영화 속 김봉두는 처음엔 정말 ‘최악’의 선생이었다. 아이들보다 자기 이익을 더 생각하고, 도시로 전근만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아이들과 진짜 마음을 나누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가르침이라는 건 칠판 앞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김봉두는 뒤늦게나마 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가난하고, 형편이 어렵고, 어른들이 무관심해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때로는 땀 흘려 함께 논을 매고, 때로는 아이를 위해 직접 꾸짖고 싸우고, 결국 자신이 쫓겨나더라도 아이들을 지키려 했다.
그 모습에서 ‘스승’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겁고도 따뜻한 단어인지 알게 됐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외로운 건, 누군가의 ‘기다림’이 없다는 거다.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는 혼자서 모든 걸 버텨야 하니까.
그런데 영화를 보며 문득 생각이 났다.
나도 예전에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자퇴서를 냈을 때 **"너는 아직 아무것도 실패한 게 아니야. 나중에라도 너 공부 다시 하고 싶어지면 연락해라"**라고 말해주셨다.
그땐 그냥 위로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검정고시 공부를 하면서 그 말이 내 가슴에 남아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승의 은혜란, 어쩌면 그렇게 기억 속에 오래 남아 나를 다시 일으켜주는 말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누구의 학생도 아니고, 누구에게 출석을 부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를 떠올려주고, 믿어주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준 한 사람은 내 마음속 스승이다.
『선생 김봉두』는 나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그 웃음 뒤에 남은 따뜻함이었다.

진짜 스승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학생을 끝까지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이라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믿고 보는 배우 차승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차승원 배우를 예능에서 먼저 알았다.
요리 잘하고, 말도 재밌고, 눈빛은 무섭지만 은근 허당끼 있는 그 모습.
‘슬기로운 캠핑생활’이나 ‘삼시 세끼’처럼 편안한 이미지로 익숙했는데,
이번에 학교 과제로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면서 완전히 다른 차승원을 만나게 됐다.

김봉두 캐릭터는 처음엔 비호감 그 자체였고 처음엔 진짜 답답했다.
지방 발령받았다고 짜증만 내고, 아이들이랑 마음도 안 열고, 수업도 대충 하고...
‘이런 사람이 선생이라고?’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가 진행될수록, 김봉두라는 캐릭터가 점점 인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정 변화를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차승원 배우의 연기력이었다.

‘코미디 같지만 현실 같았던’ 그의 연기는 울림이 있었다. 차승원은 김봉두라는 인물을 너무 리얼하게 연기했다.
익살스러운 표정, 툴툴대는 말투,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태도까지.
그게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 주변 어른들의 ‘진짜 모습’ 같아서 더 와닿았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학생을 감싸는 선생으로 변해가는 장면들에서는
그의 눈빛과 말투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그게 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순간순간 정말 김봉두라는 사람이 실존할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 ‘진짜 어른’을 만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매일 선생님을 만나지만, ‘김봉두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엔 어설프고, 어른답지 못해 보여도 결국 진심으로 학생을 생각해 주는 그런 어른.
차승원 배우가 연기한 김봉두는 그냥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늦게라도 깨닫고, 책임지고, 아이들에게 변화를 보여주는 진짜 어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차승원 배우의 모습 중 울림이 있었다.

 

3. 시골분교의 추억

어릴 적 나는 전남 완도 근처의 작은 섬마을 분교를 다녔다. 지금은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가끔 빌딩 숲 사이를 걸을 때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다. 아침마다 배를 타고 등교하던 친구, 학교 뒤편 감나무 아래 놓인 나무 벤치, 바닷바람에 날아가던 공책까지. 모두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 반은 전교생이 12명이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 한 분이 모든 과목을 가르쳤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운동장보다 넓은 들판에서 고무줄놀이도 하고, 멱감기도 했다. 점심시간이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돌려가며 나눠 먹었고, 유난히 김치가 맛있던 친구네 반찬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곳은 작고 느렸지만 따뜻하고 정이 많았다. 누가 울면 다 같이 달려가 안아주고, 누가 아프면 선생님이 약봉지에 웃는 얼굴을 그려 건네주시곤 했다. 시끌벅적한 종소리 대신 바닷소리, 개 짖는 소리, 그리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학교의 배경음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살게 된 뒤로는 그런 소소한 따뜻함이 참 그리웠다. 효율, 속도, 경쟁이 우선인 이 도시에서 문득문득 그 시절의 느린 하루가 생각난다. 아침이면 닭 울음소리에 눈을 떴고, 하굣길엔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칠판을 보며 다음 날 날씨를 확인했다. 그 순박한 풍경은 나를 지금도 지탱해 주는 기억이다.

나는 섬마을 분교에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마음을 나누는 법. 지금도 회사를 다니며 그때처럼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지도 모를 작은 친절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오래 기억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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