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갓집 종손 며느리
명절이면 제사 준비부터 손님 접대까지 정신없이 돌아가고, 대가족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영화 <부라더>를 보며 웃음 뒤에 묻어 있는 전통과 가족의 의미가 참 깊게 와닿았다.
<부라더>는 보기엔 가볍고 유쾌한 영화다. 주인공인 형제, 진상(마동석 분)과 진탁(이동휘 분)이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고향 경주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단순한 형제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엔 가족 간의 갈등, 문화유산, 전통에 대한 이야기가 잘 녹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종갓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집안 어른들의 장례, 제례 문화, 조상의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조상 무덤 자리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그걸 둘러싸고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는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하고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조상 ‘귀신’이 등장하는 설정이다. 보통이면 무섭게 풀어갈 소재를, <부라더>는 유쾌하게 풀어낸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서로 오해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결국 가족의 화해로 이어지는 전개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종갓집 며느리로서 조상을 모시는 입장에서, 그 장면들이 결코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조상의 존재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가족이란 결국, 이해하고 용서하며 이어가는 관계라는 점이다. 종가에서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내 삶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지치지만, 결국 그것이 가족을 잇는 끈이 되어준다고 믿는다. <부라더>는 그런 메시지를 가볍고 재치 있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전해주는 영화였다.
2. 엄마 잃은 형제들의 추억
나는 어릴 때부터 책임이라는 단어에 눌려 살았다. 장남이니까.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늘 내 등 뒤에 따라붙었다. 엄마는 그런 내 편이자, 유일한 위로였다. 내 말에 가장 먼저 웃어주던 사람, 무뚝뚝한 아버지 대신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던 사람. 그런데 그 엄마가, 너무 일찍 떠났다.
엄마가 떠난 이후로 나는 말수가 줄었다. 감정 표현도 줄었고, 가족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됐고, 결국엔 뿔뿔이 흩어진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다시 고향에 내려와, 동생 진탁과 뒤엉키고 싸우면서… 잊고 있던 기억이 자꾸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밥상, 집 마당에서 형제끼리 싸우다 엄마에게 혼났던 일, 밤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들리던 자장가. 그 시절은 짧았지만, 분명 내 안에 깊이 남아 있었다.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내 무뚝뚝함 속에도 남아 있는 그 따뜻함, 그건 엄마가 준 유산이다.
형은 늘 내 위에 있었다. 뭐든 잘하고, 부모님의 관심도 독차지했고. 나는 형의 그림자 같았다. 특히 엄마는 형을 유난히 아꼈고, 난 그게 질투 나기도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엄마가 형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운 거였고, 나한테는 오히려 자유를 줬던 거였다. 엄마는 내가 작고 약할 때마다 말없이 안아주던 사람이다. 속상한 티를 안 내도 금방 알아채고 "괜찮다"라고 말해주던 사람.
그 엄마가 없어진 뒤, 난 더 외로워졌다. 형도 점점 말이 없어졌고, 아버지와는 벽이 생겼고, 집은 집이 아니라 그냥 ‘건물’ 같았다.
내가 웃긴 척, 가벼운 척하며 살아온 건 아마 그 허전함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 고향에 내려와서, 형이랑 싸우고,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겪으면서, 그 틈에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기억들이 떠올랐다.
낡은 방바닥, 부엌의 된장 냄새, 비 오는 날 형 손 잡고 엄마를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그 시절의 따뜻함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에, 나는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3. 양반이 말하는 손익분기점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전통을 지키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웠다.
그런 내 삶과 닮은 구석이 있어 영화 <부라더>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약 6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관객 수 기준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부라더>는 162만 명 정도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단순한 투자 대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성공’이라고 말하긴 다소 아쉬운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부라더>는 숫자로만 평가하기엔 아까운 영화다.
형제간의 갈등과 화해, 전통과 현대의 충돌,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이라는 무거운 상황 속에서도 조상의 유산과 가족 간 정서를
코미디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웃음을 안겨주었다.
영화 속 진상과 진탁 형제는 조상 무덤 문제, 유산 문제,
그리고 어릴 적부터 쌓여온 감정을 터뜨리며 싸우지만,
결국 어머니와의 추억,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조상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으로서 다시 가까워진다.
내 인생도 그랬다.
‘가문’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했던 시간,
가족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다.
이 영화는 그런 내 지난날을 떠올리게 했고,
웃음을 통해서라도 가족을 이해하고 보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비록 흥행 성적 면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관객의 마음속에 유쾌한 공감과 따뜻한 울림을 남긴 작품이다.
삶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성공보다, 기억 속에 남는 진심과 사람 간의 정이 더 오래가는 법이니까.